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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글

2014.3.13 오늘 단상


이번주부터 센터에 다시 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주말 알바와 스터디를 제외하면 완전 백수에 다름없는데다 원래 인턴 끝나면 다시 하기로 했던 터라 지난주에 연락을 드렸고 가는 날은 매주 목요일로 정했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러 가는 곳이지만 나도 느끼고 배우는 게 참 많다. 특히 오늘은 다문화 선생님이 와서 키르기스탄에 대한 얘기와 간단한 인사말, 보름달에 관한 전래동화에 대해 설명해주셨는데 완전 내가 제일 집중해서 들었다! 보름달에 얽힌 동화는 어느 나라에나 있는데 우리나라, 일본, 중국은 전부 달에 토끼가 산다고 믿지만 카자흐스탄이나 파키스탄, 키르기스탄에서는 달에 양 손에 물 양동이를 든 여자아이가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동화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부모님을 잃고 가진 거라곤 오직 낙타와 양밖에 없는 고아 여자아이는 마지막 남은 낙타와 양마저도 시장에서 사기를 당해 잃는다. 돈을 벌기 위해 먼 길을 떠난 소녀는 여러 집에 들러 일자리를 부탁하지만 거절당하고, 마지막 집의 주인인 한 부자 할아버지의 집에 간신히 들어가 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부자 할아버지는 숲 속에 젊어지는 물이 있는 호수가 있다는 말을 듣고 당장 소녀에게 그 물을 길어오라고 시킨다. 무서움에 떨며 물을 길어오던 소녀는 미끄러져 양동이의 물을 다 쏟게 되고 세상에 자신을 신경써주는 사람이 없음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린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달님은 소녀가 안타까워 땅 가까이로 내려와 말을 건다. "나도 항상 밤하늘에 혼자 외로워. 나와 함께 달나라에 가서 살지 않을래?" 그 때 갑자기 해님이 나타나서 화를 내며 말한다. "어떻게 사람이 달나라에 가서 살 수 있니?" 그러자 달님은 "나는 너무 외로워. 내가 떠 있는 밤엔 사람들과 짐승들 모두 잠을 자러 들어가서 너무 고요해. 이 소녀도 나처럼 땅에서 외로워하고 있어" 이 말을 들은 해님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라고 말하며 다시 하늘 높이 올라갔다. 그리고 달님은 소녀를 데리고 하늘로 올라가 함께 밤을 밝혔다. 그날 이후 어두운 밤 달을 올려다보면 물 양동이를 양 손에 들고 있는 소녀를 찾을 수 있다.

갈 때마다 새롭게 안타까운 아이들이 있어 마음이 아프기는 하다. 2학년인 내 동생과 겹쳐서 애정이 더 가기도 하고, 마음이 더 아프기도 하다. 오늘도 새로운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저번에 내가 멱살잡고 밖에다 던져버린 아이도 만났는데, 내 인사에 웃으며 답해주고 장난도 받아줘서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도 한번 멱살잡이를 하다보니 남자애들한테 뭔가 내 호령이 잘 먹힌다는 장점도 있.. 어쨌든 여러 아이들을 새로 만났고, 느낀 것이 많은 하루였다. 예전에 만났던 몇 애들을 못봐서 아쉽기도 했다. 목요일엔 선생님이 나밖에 없어서 앞으로 많이 힘들어질 것 같다는 불안한 마음도 들지마는.. 내가 그래도 세상에 이정도의 쓸모는 있구나, 누군가의 삶의 부분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건 느껴서 참 좋다. 예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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