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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글

2014.4.10

 

내가 생각없이 건네는 말이 혹시나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진 않을까 항상 조심하게 된다. 가족이라든가, 너무나도 간단한 산수문제라든가 내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살짝 언급하기만 해도 긴장하는 아이들을 보며 조심하고 조심해도 항상 또 조심할 것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아직 마음이 좁아 폭력적이고 남을 해하는 사람들을 모두 같은 인간이고 또 그들이 그렇게 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맘으로 껴안지는 못하겠다. 물론 머리로는 100번 이해하고 안타까워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 사랑을 내어줄만한 아량은 없다. 이미 일어난 일이 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기에 더 안타깝고, 더 애정이 간다.

내가 그만한 그릇밖에 안 되기 때문에 나는 항상 아이들에게 약하다. 처음부터 나쁜 아이들은 절대 없다고 믿고 있다. 아무리 폭력적이고 욕을 하고 말을 안 듣는 아이여도 그 속에 (아직) 악의는 없다. 관심받고 싶은 마음과 습관처럼 몸에 밴 행동을 그대로 되풀이할 뿐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느끼고, 막내를 보면서도 느낀다. 단지 그들은 이 습관이 자라나 악의가 되기 전에 그걸 되잡아줄 사람이 필요할 뿐이다. 불행한 점은, 아이들의 아물지 않은 상처는 어른들의 대수롭지 않은 언어와 행동에 다시 상처 입기가 너무나 쉬움에도 지금 어른 중에는 그 작은 상처를 알아챌만큼 예민한 사람이 많지 않아 보인다는 거다. 그 여린 마음들에는 그저 제때 밥과 간식을 먹이고, 매주 동일한 양의 예습과 복습을 시키는 것만으로는 정말 부족하다.

상처를 안 받으려 애쓰고 마음을 닫고 오히려 상처받은만큼 날을 세우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상처 앞에 무방비 상태로 자신을 노출시킨다. 그만큼 자신을 내어놓고 표현하고, 상처받는다. 처음 본 사람이어도 쉽게 웃음과 손을 내어주고 마음을 열어 안긴다. 그래서 한때는 '누군가 쉽게 왔다 떠나는 것이 아직 어린 쟤들에겐 별거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젠가 "언니는 왜 이렇게 오래 다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쿵 하고 할말을 잃었다. 인턴을 앞둔 어느날 "언니 오래오래 다녀야 해"라고 팔짱 끼며 붙던 여자아이 앞에서 미안해하며 허둥댈 때보다 더 당황했다. 말없이 왔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는 수많은 사람들에 참 여러번 실망했겠구나, 통보받은 수많은 이별에 속상했겠구나.하고 많이 반성했다.

월수금에는 캠퍼스에서 공부하고 떠들고 웃는 푸릇한 청춘들을 보다가, 목요일에는 여리지만 어여쁘고, 가끔 내게 슬픈 마음이 들게 하는 아이들을 보고, 주말에는 골프채를 끼고 술과 담배에 찌든 어른들의 모습을 보려니까 다른 세계를 오가는 듯한 느낌이다. 이 속에서 내 위치는 어디가 되어야 할까. 항상 고민하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냥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여린 모든 것들을 감싸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게 과한 바람이라면, 그냥 나쁜 어른이 되지만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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