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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탈출/유럽

베를린 이야기 _11일



첫 야간열차 탑승.


처음에 타러 갔는데 전부 다 독어로(-_-) 되어 있어서 읽지를 못하겠는 거다.


그래서 앞에 한국인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두 명 있길래 자리를 물었고 그 사람들이랑 같은 열차여서 걍 따라갔다.


그런데 역무원이 갑자기 오더니 여기가 아니라 열차가 바뀌었다고 했다.


반대로 가라길래 내려서 뛰었다. 개 힘듦..


열차 탔는데도 자리를 못 찾겠어서 역무원한테 물어봤는데 영어를 진짜 못한다. 


그래서 열차 젤 앞 칸에 대충 내 자리인 것 같은 칸에 누웠다. 


그 칸에 중국인 처럼 보이는 여자 남자 커플이 있었다.


그래서 남자한테 뭘 물어봤는데 완전 당황하더니 저저기.. 한국인 아니세요? 


하길래 내가 헐 죄송하다고 중국인인 줄 알았다고 하니까 엄청 기분 나빠 하더라. 죄송해요.


중국인 여자애는 나중에 자기 친구 딴 칸에서 데려와서 맨 아래서 자다가 주인 온 담에 위로 올라갔다.


원래는 맨 아래 두 칸이 비었는데 나중에 밤쯤에 남녀 커플이 한명씩 눕더라.




나는 맨 윗 자리였는데 맨 위는 진짜 덥다. 


바람도 잘 안 들어오고 자리도 너무 좁다 짜증..


그 중국인 여자애도 맨 위, 나도 맨 위인걸 보면 


몸집이 작은 -_- 동양인 여자를 위로 올리고 그 남 동양인 남자, 서양인 이 순으로 침대를 배정하나 이 생각이 들었음.


나는 4시에 베를린역에 내려야 해서 일찍 일어났다. 3시 반쯤.


알람을 맞춰 놓으니까 잠이 깼다. 사실 잠에 깊이 들지도 못했다.





그렇게 베를린에 도착.


갠적으로 가장 기억이 안 좋은 베를린 





내 짐과 하이네켄 박물관에서 업어온 기념품과 구매한 LP판들





새벽에 도착하니까 너무 심심했다. 와이파이도 안 되고..


스벅 앞에서만 잡혀서 계속 스벅 앞에 앉아서 거지처럼 와이파이를 잡아 썼다. 


역 안에 화장실도 돈 내게 되어 있다. 1유로 내면 다음번 이용시 50센트 할인권이 나오더라.


화장실에 갔다가 맥도날드에 갔다.


개 불친절. 게다가 오전 일찍 인포메이션 센터 갔는데 거기도 불친절.


그래도 가는 길을 프린트 해줘서 가긴 갔다. S반 U반 너무 복잡 ㅠㅠ


새벽이라 뭔가를 하기도 애매한 시간. 체크인 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코인 락커에 짐을 맡기고 돌아다니러 나왔다. 


그런데 이 때가 6시였나 그랬음.. 개 새벽










바피아노를 꽤 볼 수 있었다.


신기했음. 나중에 빈에서도 봤다.






포츠담 광장에 새벽 7시쯤 도착했다.


그리고 나의 짜증나는 베를린은 여기서 시작된다.


아, 물론 새벽에 역에서 무서운 사람들이 자꾸 말걸어서 그것도 싫은 것들 중 하나였지만..


온몸에 문신한 사람 한 명이랑 술취한 사람 한 명이 말걸고 자꾸 이것저것 묻길래 진짜 소름돋았다.


문신한 사람도 술에 취한 것처럼 보였는데 막 자꾸 내가 가다가 옆을 보면 눈이 계속 마주침.. 


인신매매가 생각나서 개무서워져서 빨리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튼 그게 첫번째 이유고


두번째 이유는 진짜...


7시에 포츠담광장 역에 도착해 출구로 나왔다. 그런데......


바로 앞에 보이는 잔디밭 한 가운데서 어떤 노숙자 같은 사람이 똥을 싸고 있는 거.... 


진심 오마이아이즈...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짐. 진짜 최악.


새벽이라 아무도 없었는데 그래서 나만 본듯하다. 젠장












베를린 장벽 








뭐 할까 하다가 이스트사이드 갤러리까지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아, 이 때는 씨티투고 어플 아마 사용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와이파이 없이도 지도 검색이 가능했다.


꽤 멀긴 했는데 어차피 할 일도 없고, 버스 지하철 이용이 너무 복잡하기도 해서 그냥 겸사겸사 걸었다.


게다가 가려면 거기가 있는 역을 알아야 되는데 락커에 짐 넣으면서 바보같이 관광책을 안 꺼내가지고....


그런데 그게 오히려 신의 한수였다.












저거 진심 사람인 줄 알았다. 처음에.



그렇게 걷다가!


어떤 미술관? 박물관? 앞에 도착했는데, 이런 게시판이 있었다.


독어를 읽을 수는 없지만 저기 아래에 데이비드 보위!!! 


뭔지도 모르고 그냥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개장 시간이 10시로 되어 있어서 이따가 오면서 들러야지- 하고 지나쳤다.

















베를린이 나를 사랑한다고?


그래서 똥을 줬냐?








걸을수록 더러웠다.


동쪽으로 갈수록 더러워진다. 개더러움..










이 때쯤 걷다가 또 무서운 일이 있었다.


어떤 흑인과 눈이 마주쳐서 무서워진 나는 눈을 피하고 걸었는데 다가와서 내게 담배가 있냐고 물었다.


없다고 했더니 옆에 와서 같이 걷기 시작했다.  


자꾸 뭔가를 묻더니 한국인 처음본다고 자꾸 자기 집이 이 주변인데 가서 아프리카 음식을 먹자고 했다.


너무 무서웠다. 내가 친구 만나야된다고 안되겠다고 하니 나보고 자꾸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무슨 생각을 하긴... 널 무서워하고 있지... 



진심 주변에 사람 한 명도 없고 나 혼자 있는데 자꾸 자기 집에 가자니까 무서워 뒤지는 줄 알았다.


심기를 거스르면 한대 맞을까봐 웃으면서 대충 아 안된다고 계속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데


강 건너기 직전에 진짜 안갈거냐고 물어보고 내가 ㅇㅇ 그렇다고 하니까 빠이빠이 함.


그러면서 나한테 포옹인사 하려길래 ^^;; 했더니 갑자기 볼에다 뽀뽀함 ㅡㅡ. 


너무 짜증이 났다.



알고보니까 나보다 어렸던 게 제일 함정이었다......  21살이었다.


그래도 이건 진짜 양반 축에 끼는 게 


그래도 이 사람은 얕잡아 보기는 했기로소니 욕도 하지 않았고 호통을 치진 않았다.


돌아다니는 중에 만난 많은 백인 스킨헤드들이 뭔가 독일말로 나한테 소리지르거나 


니하오 니하오 곤니찌와 곤니찌와 쉬벌탱.



진짜 독일 스킨헤드 악명은 높긴 했지만... 고작 하루 있는데 겪을 거라곤 생각 못 했다.


진짜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앞에서 나한테 소리지르면서 (왠지) 욕했던 그 놈 진짜 레알 천벌받아라.


이게 내가 베를린이 짜증났던 이유 또 다른 하나다.





그래도 새벽의 거리는 참 예뻐서, 뭔가 상상하던 반듯반듯한 이미지이긴 했다.


사람이 없어서 더 그런 느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왜 병을 다 깨뜨리는지 모르겠다.....


어디서 들었었는데... 술병 들고 다니며 먹다가 나중에 깨뜨려서 버린다고.. 왜죠







처음에 이 쪽으로 잘못 들어와서, 엥 이게 뭐야 이게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야?


뭔가 너무 엉성한데?


하며 풀밭쪽으로 갔는데 노숙자 아저씨들이 짱많고 다들 막 뭔가를 중얼거리면서 술병을 든 채 걷고 있어서


다시 무서워졌다.


잔디밭이 있었는데 진짜 더러웠다. 










그 옆에는 먹다 버린 햄에 파리들이 드글드글 했는데 더러우니까 올리진 않았다.








이거 보고 "에 설마 진짜 이게 다인가" 하는데 옆쪽으로 한 관광객 커플(중국인 정도로 추정)이 얼쩡대길래 


그 사람들을 따라갔다. 그 사람들도 길을 잘못 든 듯 했다. 


따라가니까 진짜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가 나왔따.


길고~ 그림 많고~ 더럽지는 않았지만 해가 너무 쨍쨍해서 더워 죽는 줄 알았다.









LOVE ME, OR LEAVE ME!


















더럽다.


아 맞다!


갤러리 끝 쪽에 원래 여권 가지고 가면 옛 동독 도장 찍어준다고 해서 여권까지 챙겨가지고 갔는데..


휴일이라 문 닫음.


진짜 아쉬웠다. 아쉽아쉽. 흑흑








그리고 돌아오면서 다시 그 박물관 가서 데이빗보위 전에 들어갔다! 


티켓 창구에 가서 학생 할인을 받았는데 아저씨가 막 웃으면서 친절하게 말해줘서 좋았다.


진짜 내가 베를린 도착 뒤 받은 첫 친절이라 진짜 눈물 흘릴 뻔. 


나는 참 작은 것에 상처받고 작은 것에 위로받는 인간인가보다.




내부에서는 사진 못 찍게 되어있는데 진짜 퀄리티가 짱짱이다!


그냥 데이빗 보위의 모든 것? 이라고 해야하나 입었던 의상부터 시작해서 인터뷰 영상, 편지, 사용했던 물건 등등


일대기를 쭉 정리해 놓았는데 들어갈 때 젠하이저 로고가 박힌 무슨 기계? 를 준다. 


이어폰을 꼽고 그 기계의 맨 아래 박힌 단자? 같은 것을 땅으로 향하게 하면, 


내가 서 있는 위치의 전시물에 알맞는 노래와 인터뷰 음성이 흘러나온다. 개신기.



마지막 방이 진짜 대박이었는데


엄청나게 큰 화면으로 뮤직비디오와 공연 실황 영상이 나오는데 그게 각 벽면마다 다르다. 


자기가 듣고 싶은 쪽으로 단자를 가져다 대고 주저 앉아서 보면 되는 거!


사진은 진짜 못 찍게 하더라. 카메라로 사진 찍던 사람들 다 걸려서 다 지적받음.


왜 독일이지? 싶었는데


마약 중독으로 고생한 이후 재활? 재기 같은 걸 독일에서 했다고. 


그래서 거의 제 2의 고향 베를린!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무튼 나와서 또 기념품샵에서 뽐뿌 왔는데 그냥 엽서 하나랑 귀걸이 사고 끝냈다.





그리고 나서 중앙역에서 짐 찾고, 호스텔에 체크인 하러 갔다. 


움밧. 아침도 뭐 그닥이고 방도 좁고 락커 있긴 하지만 내 락커가 2층이라 짜증났고..


나는 별로였다.


방에는 중동 쪽에서 온 듯한 여자애 한 명이랑 홍콩 여자애 한명이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서양인 애 한명은 나중에 들어왔는데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음.



처음에 셋이 마주쳐서 서로 어디서 왔냐고 묻다가 홍콩에서 온 여자애가 있어서


오 홍콩 작년에 가봤다고 얘기했더니 자기도 서울대에서 교환학생 2개월 해서 한국서 잠깐 있었다고 했다.


이번 8월에 또 서울 온다고. 


그래서 좀 이야기 하다가 저녁에 뭐할거냐고 물어봤더니 아무 계획 없다고 해서 같이 나갔다.


걔가(정확히 말하면 27살이니까 언니지만) 친구가 무슨 맥주축제 알려줬다고 해서 거길 갔다.



현지인이 엄청 많았다. 막 진짜 사람 드글드글 축제같은 분위기인데


첨에 맥주 사면서 컵 보증금을 낸다. 


그래서 맥주 받아서 돌아다니면서 먹고 나중에 컵 반납하면 돈 돌려주고 그랬다.


근데 애가 뭘 잘 먹지를 못해.... 말라가지고 소시지 하나 먹고 배부르다고 하고


맥주도 한잔을 다 못마셨다..... 돼지라 슬펐음.



막 공연장 같은 것도 있었는데 레게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왜죠?


사람들 막 흥겨워서 춤추고 완전 흥겹게 노는데 내가 생각했던 독일인과는 달라서 쫌 놀랐음.


맥주가 들어가기 전과 후로 나뉘는 것인가.


무튼 그렇게 다니다 소시지 먹고, 컵 반납 하고 야경 보러 갔다. 


이름이 뭔지 까먹음. 베를린 장벽 말고 또 다른 동-서독 분단의 상징 같은 곳이라 했다.




지하철에서 얘기 좀 나눴는데 법대 졸업하고 무슨 회사에서 일한다고 했다.


휴가가 엄청 많은지... 지금도 휴가로 온 거라고. 개 부럽..


그래서 나도 전공 얘기하며 홍콩 정치나 언론 이야기 하고 그랬는데 그 때 느꼈다. 


나의 짧은 영어..ㅇㅇ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가 없어..



아 근데 여기서 또 짜증나는 일 있었다.


베를린은 정이 안 가 정말..


거의 막차 시간 다되어가는데 중간에 어떤 커플한테 ㅇㅇㅇ 역으로 가려면 어느 쪽에서 타야 하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가르쳐줬는데 반대방향이었던 거.


그래서 진짜 당황하고 집에 오는 거 개늦었다. 


새벽 1시에 도착. 아침에 프라하 가야되는데 이노무 자식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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