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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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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 #진우를 만났다. 군대 가기 전 구리에서 내가 잠깐 술자리에 들른 것 이후로 3년 만이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같이 과외를 했으니 알고지낸 지도 10년이 넘었다. 같은 중-고등학교를 나왔고, 고등학교에 올라가고 나서도 같은 과외에 다녔다. 나의 학창시절을 쭉 지켜본 거의 유일한 친구인 셈이다. 학년은 하나 아래지만 빠른이라 나이는 같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꼬박꼬박 누나라고 불러준다. 나는 특별하다면 특별한 과외를 다녔다. 지금은 학교 선배님이 된 남쌤은 가정집의 한 방 통째를 과외방으로 만들었다. 선생님은 수학만 가르치셨지만 시험기간이 되면 다른 과목도 봐주셨다. 그래서 모든 아이들이 온과목 문제집을 가져와 마치 독서실처럼 과외방을 드나들었다. 시험기간에 학교가 끝나면 무조건 과외방으로 갔다. 주..
2015년 드디어. 2015년을 밟았다.2015년이 내게 왔다.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 (긁적긁적)어떤 말로 해봐도 아직 완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직 2014년 이라고 써넣는 손의 움직임이 더 익숙하고 이천십사년-이라고 내뱉는 발음이 더 정겹다.2015년을 화면 위에 쳐넣는 손가락의 위치와, 이천십오년-이라고 발음할 때의 혀의 위치가, 낯설다. 어제, 그러니까 2014년의 마지막 날 나는 무엇을 했는가. 아침 9시에 일어나 공연히 달뜬 마음에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의 어릴적 내 사진들을 뒤적대다가 몇장을 골라내고.나의 쪼잔한 마음과, 그 쪼잔함이 늘상 불러일으키고야 마는 서러움에 잠깐 훌쩍이기도 했다. 올해의 다른 날과 다르지 않게 정시에 맞추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고,21살짜리 다른 알바생과는 다른 날과 다르..
- 나는 젊었고, 내가 누구인지, 누가 되고 싶은지 자신도 몰랐기 때문에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밀란 쿤데라
알바 2일 째 어느덧 시계는 1시 25분을 가리키고 있다. 오늘로 아르바이트는 2일 째에 들어섰다. 어제는 가서 한 세시간 일하고 돌아왔으니 뭐 할 말이 별로 없고.명동이란 곳은 참 신기하다.어제 도착하자마자 심부름을 다녀왔는데 명동에 중국대사관이랑 중국인초등학교? 있는 것 처음 알았다. 주변에 중국인 많은 것도 신기했고. 일은 딱히, 힘들진 않다. 뭐, 아직까지는. 물건들을 닦고 바닥을 쓸고 청소하고 계산하는 일이 주가 될 듯하다.그런데 아주 깨끗하게 청소해야 하고 6시간동안 앉아있을 수 없고,벽에 기대있어도 사장님한테 발각되면 혼난다고 하니 고생길이 열렸다. 그래도 새로운 환경에 던져졌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그렇다.오늘 데이클로즈라고 정산하는 거 가만히 보고 서있다가, 굉장히 오랜만에 느끼는 것 ..
바티칸에서 온 편지 여행을 다녀와서 가장 뿌듯했던 것은 그거였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이유없이 항상 가고싶어했던 곳을 결국 취업 전에 다녀왔다는 거. 다녀오니 고 짧은 한 달 동안 집안에 참 많은 안좋은 일들이 있었고, 내 통장은 바닥이 나 있었으며 엄마 아빠의 심기불편함은 말로 다할 수 없이 심각해져 있었지만, 그래도 더이상 이 시기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미래에 할 후회를 미리 걱정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쏟았던 것 같다. 이런 성격은 입시 준비 때 도움이 많이 됐다. 당장 눈 앞에 있는 TV와 컴퓨터의 작은 유혹을 그 생각만으로 이겨냈다. 인간관계에도 한없이 회의적이었던 까닭에 친구들과의 관계도 쉽게 떨쳐버릴 수 있었다. 친구는 친구일 뿐..
졸업사진을 찍고 나서 든 생각 오늘 졸업사진을 찍었다. 안 찍으려고 했으나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찍게된 사진 치고는 너무 즐겁게 찍었다. 난생 처음 받아보는 화장에, 머리에 들뜬 것도 사실이고,(비록 예약을 늦게하는 바람에 새벽 4시에 일어나 6시 반까지 학교 앞에 가야 했지만) 혼자일 줄 알았건만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어 그 아이와 친해진 것도 재미있었다. 우리 과가 90명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래서인지 30명 중 아는 얼굴을 찾을 수 없었다. 거의 5시간 동안이나 이어진 긴 촬영 가운데 우리를 웃게 만드는 농담 중 대부분은 '포샵' 이었다. "한껏 웃으세요, 그래서 사각된 턱은 포토샵으로 다듬으면 됩니다." "하하하하" "얼굴형부터 팔뚝살, 종아리, 허리 뭐 원하는 거 다 있잖아요", "배가 뽈록 튀어나오면 그거는 우리..
야구란 무엇인가? 인간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존재인가보다. 굉장히 귀찮은 많은 일들을,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자의로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실 보면 연애와 스포츠는 비슷하다. 대상에 애정을 쏟아서 얻게 되는 귀찮음, 분노, 짜증의 양과 가끔 얻게되는 기쁨의 양을 계산해보면 대략 비슷하거나 혹은 속상함이 더 큰 경우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연애와 야구는 둘 다 돈이 들고, 가끔 '발암'스럽게 나를 답답하게 하고, 또 상대의 행동을 내가 어떻게 컨트롤 할 수가 없어 뭔가 일이 벌어지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어디든 중립보다 치우친 관심과 애정을 쏟게되면 항상 그만큼의 귀찮음과 '발암'스러운 답답함이 따라온다는 것이 너무 자명한데도 우리는 항상 자의로 그 귀찮은 일을 하기를 원한다. 미친듯한 아이러니다. ..
죽음 죽음이 평소보다 크게 다가온다. 주변에서, TV 속에서, 책에서 예전보다 더 잦게 접하게 되는 저 두 글자가. 마치 바위같이 무겁고 단단한 저 단어의 무게는 아직 내게 너무 낯설면서도, 동시에 내가 그 무게를 제대로 느끼기에는 너무 낯익단 생각이 든다. 마주하게 되는 그 검고 축축한 그림자 앞에서 항상 당황스럽다. 누군가가 지금 이 순간에도 생의 기로에 서있다는 사실과 그로인해 내가 느끼는 당혹감은 늘 캄캄하다. 책 속의 누군가는 자신의 권력을 위해 장기 놀음을 하듯 사람들을 죽여나가고, 누군가는 자신의 명예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TV 속에 나열된, 아직 많이 어린 이름들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사고에 휘말려 생사를 오간다. 누군가는 태연하게 머리를 매만지며 두살 난 아가를 쓰레기장에 버리고,..
2014.4.10 내가 생각없이 건네는 말이 혹시나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진 않을까 항상 조심하게 된다. 가족이라든가, 너무나도 간단한 산수문제라든가 내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살짝 언급하기만 해도 긴장하는 아이들을 보며 조심하고 조심해도 항상 또 조심할 것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아직 마음이 좁아 폭력적이고 남을 해하는 사람들을 모두 같은 인간이고 또 그들이 그렇게 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맘으로 껴안지는 못하겠다. 물론 머리로는 100번 이해하고 안타까워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 사랑을 내어줄만한 아량은 없다. 이미 일어난 일이 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기에 더 안타깝고, 더 애정이 간다. 내가 그만한 그릇밖에 안 되기 때문에 나는 항상 아이들에게 약하다..
B+의 쪽팔림 지난 학기, 그러니까 내 마지막 학기의 성적은 세 개의 C+와 네 개의 B+로 이루어져 있었다. 평점이 거의 2점이나 떨어졌다. 6,7학기를 다니며 채워야 할 학점과 복수전공 따위의 복잡한 기준들 사이에서 남은 힘을 모두 써버린 탓이다. 학기 내내 듣고 싶은 수업만 듣고 하고 싶은 과제만 열심히 했다. 게다가 땡땡이는 거의 밥먹는 수준으로 했다. 출석체크를 안 하는 한 수업은 거의 들어간 적이 없을 정도로 난장판이었다. 합리화를 좀 하자면, 싫은데도 자리를 지켜가며 꾸역꾸역 수업을 듣는다고 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니고, 수업을 다 빠진다 해도 시험 전날 진심으로 공부하면 평타라도 칠 수 있다는 경험에서 나온 땡땡이었다. 물론 두 경우 모두 A대는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선택이었다만은.. 어쨌든 온..